Wednesday, August 5, 2026

백만 달러가 껌값인 노인

《체어맨》 1부


라스베가스의 낡은 술집에서 들은 한 이름이, 내 영화와 인생의 방향을 바꾸기 시작했다.



백만 달러라고?" 동창 녀석이 코웃음을 쳤다. "그 정도 돈은 그 사람한텐 아마 껌값일걸."

"누가 껌 씹는 데 백만 달러를 써? 턱 부러져 죽겠네."

"안 쓰지. 보통사람은 안써. 아니 못써. 그런데 그는 쓴다는거!."

 

[ 나는 버번을 마시며 빙그레 웃었다.

이 녀석은 대학 신입생 때부터 있을 수 없는 이야기를 지어내는 재주가 있었다. 소문은 죄다 음모론이 됐고, 부자는 모두 막후에서 정부를 조종하는 인물이 됐고, 만났다는 유명 여배우들은 하마터면 이 녀석한테 전부 반할 뻔했다는 거다.

그런 터무니없는 상상력은 오스카 각본상을 줘도 부족함이 없었다.

우리는 플라밍고 로드에서 살짝 벗어난, 그저그런 분위기의 아이리시 펍에 앉아 있었다. 가게 안에서는 오래된 맥주 냄새, 텁텁한 튀김 냄새, 그리고 깨져버린 약속들 냄새가 났다. 바 위쪽 화면에서는 마돈나가 지지직거리는 화면 속에서 'Like a Virgin'을 부르며 춤추고 있었다.

나는 친구놈의 헛 소리 보다 TV 화면에만 눈길을 주었다. ‘잘됐네, 마돈나. 네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라도, 노래로 남길 만한 가치는 있었길 바란다.’ 그러자 친구녀석이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내가 자기말에 시큰둥 한걸 느꼈는지.]

 

"서부 해안의 어느 타블로이드가 그 노인네 뒷조사를 시작했었대."

"그래서?"

"그 신문사를 사버렸어. 그는 아예.."

 

[ 나는 그때까지 이녀석 말이 시덥지않아 그런데? 하듯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그러고는 문을 닫아버렸지. 폐간 시켜버렸어"

[ 나는 버번 한 모금을 더 마셨다.]

 

"구독 취소하는 방법치고는 특이하네."

"기자도, 자료실도, 인쇄기도. 전부 다 사라졌어."

[ 나는 빈 잔을 그쪽으로 밀었다.]

 

"내 커리어를 그렇게까지 걱정해주다니, 정말 감동이다. 바텐더— 버드와이저 두 잔, 제임슨 두 샷. 네가 오늘 밤 내 인생을 바꿔줄 거니까, 계산은 네가 해."

[ 녀석은 내 농담을 무시했다. 그리고 진지해졌다. 표정이 정말 그랬다. ]

 

"그 왕년의 액션 스타 있잖아, 다들 끝났다고 생각했던 그 사람?"

"할리우드 절반은 거기 다 해당되는데."

"그 사람 제작사, 완전히 죽어 있었어. 파산 전문 변호사들이 냄새 맡고 몰려들고 있었지. 근데 하룻밤 사이에 누가 수천만 달러를 쏟아부었어."

 

[ 그 말에 나는 문득 고개를 들었다. 그건 사실이었다. 다들 끝났다고 생각했던 모 스튜디오가 갑자기 대작 액션 영화를 세 편이나 발표했다. 그 돈이 어디서 나왔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에이전트들은 수군거렸고, 그 회사 임원들은 마치 처음부터 다 알고 있었다는 듯한 미소를 짓고 다녔다. 이놈이 그런 걸 알 만큼 헐리웃에 인맥이 있을리가 없는데.]

혹시... 그 사람이.. 그 사람 이름이 뭔데?"


[ 비로서 내가 관심있어 보이자, 녀석이 몸을 뒤로 빼며 팔짱을 끼고 웃는다.]

"이제야 듣는군."

"난 원래 듣고 있었어."

"아니, 넌 마돈나한테 추파나 던지고 있었잖아."

"넌 작년에 마돈나랑 결혼했다 이혼했다며? 딴소리 말고 이름!"

[ 녀석은 나를 짜증나게 만들 딱 그만큼만 침묵을 끌었다.]

 

"사람들은 그 사람을 회장님이라고 불러."

"뭐 하는 사람인데?"

"확실히 아는 사람이 없어."

"그건 보통 마피아라는 뜻 아냐?."

"나는 그렇다고는 말 안 했다. 어디가서 내가 그랬다 하지마. 아무도 설명 못 할 만큼 돈이 많아. 정치인들이 전화해도 바로 안 받고 한참후에 다시 걸어준대.. 경호원 데리고 다니는 인간들도 그 이름 들으면 긴장한다니까."

"그래서 그 사람 이름이 뭐냐니까?"

[ 녀석은 주방 쪽을 쳐다봤다. 그리고 다시 나를 본다 ]

 

"여기 놓인 피시 앤 칩스가 왠지 우울해 보이네."

"난 괜찮은데.아주 명랑해 보이는데.."

"스테이크 먹으면 기억력이 훨씬 좋아질지도."

"알았다. 빌어먹을 놈아" 나는 손을 들었다.- "여기 티본 하나. 완전 레어로. 그리고 스카치 한 병! 너 레어 좋아하지? 난 네 취향 하나하나 다 기억할 정도로 널 존중해 "

 

[ 녀석이 씩~ 웃었다. 그리고 마침내 나에게 그의 이름을 말해줬다. 하지만 나는 그 이름을 이미 알고 있었다. 버라이어티지에서 본 게 아니었다. 경제면에서 본 것도 아니다.

사람들이 폭력, 또는 마피아라는 이야기 할때, 그런 주제에는 언제나 언급되던 이름이었다.

그날 밤 나는 거의 잠을 못 잤다. 내가 만약 이 일을 한다면 둘중 하나다. 영화 시나리오 바꿔 얘기한다면, 이런 종류의 액션 느와르나 스릴러에서는 그 버전이 어쨋든 결말은 다 비슷하다.

그런 시나리오에 등장하는 배역은 하루 아침에 상상도 못 할 큰 부자가 되거나 아니면 세상에서 조용히 사라진다. 둘중 하나.

 

고민끝에 사흘 뒤, 나는 친구놈이 라고 말하는 그 노인에게 페덱스 봉투를 보냈다. 내 소개서는 여섯 페이지짜리였다. 소문난 남자에게 보내기에는 적당한 분량이었다.

그리고 봉투에 내가 만들고 싶은 영화를 소개했다. 내 작품 80 페이지 초고본 전부를 묵직하게 함께 동봉했다. A4 용지로 꼼꼼히 출력해서.

할리우드의 모든 존경받는 투자자들이 왜 하나같이 눈을 가리고 갑자기 물렁한 푸딩 같은 배짱만 갖게 됐는지도 잘 설명했다.

그리고 목요일 낮에 그의 집에 들르겠다고 통보했다. 말 그대로 일방적 통보다. 목요일이 그에게 괜찮은 날인지 따위는 묻지도 않았다.

 

그 시절 그때 나는, 정말로 용기만 있음, 어떤 문이든 다 열 수 있다고 믿었다. 가끔은 정말 열렸었다. 더 가끔은 열리지 말았어야 할 문이 열리기도 했다.

목요일 밤, 나는 플라밍고 로드의 불빛을 뒤로하고 북서쪽, 랜초 서클의 유서 깊은 저택가를 향해 차를 몰았다.]



《체어맨》 2부에서 계속됩니다.


Read the full post ->

© 2026. Gun Choi. All rights reserved. Unauthorized copying, design imitation, or concept reproduction is strictly prohibited.


No comments:

Post a Comment

내가 분명, 어쩌면, 한 번도 만나지 않았던 남자 - 농담으로 시작한 캐스팅 제안서가 엉뚱한 곳으로 흘러간 이야기 - 먼저 밝혀둘 게 있 다 . 헐리웃 스타 배우 ‘ 코너 도일 ’ 과 나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 정말 단 한 번도 .. 서로 겹치...